창립선언문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며 자연과 더불어 살지 않을 수 없다. 자연은 우리들 생명의 근원이며 우리들 삶의 토대이다. 우리들의 호흡은 자연과 더불어 가능하고 우리들의 살아 움직임은 자연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자연 환경, 이러한 자연의 힘, 이러한 자연의 가슴을 가꾸고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들 인간의 생명은 파괴되고 마침내 존재는 소멸된다. 어찌 두렵지 않은가.

  그러나 오늘날 우리들의 자연 환경을 보라. 우리들 삶의 토대이며 생명의 근원인 자연 환경을 향해 우리들은 지금 어떠한 횡포와 어떠한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가를 보라. 어머니의 품처럼 너그러운 자연의 가슴을 향해 우리가 지금 무슨 죄악을 저지로고 있는가를 보라. 극도의 개인 이기주의와 성급한 산업화의 욕구, 그리고 무지와 정책적 판단의 오류에 의해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보라. 강물과 바다를 향해 버려지는 온갖 공업 폐기물과 하늘을 덮는 검은 연기, 또는 푸른 산 이 구석 저 구석에서 마구잡이 썩어가는 행락 쓰레기들의 저 암담한 모습을 보라. 찬란한 햇빛은 서서히 핵구름 속에 묻히고, 우리들 생명 위에 내리는 싱싱한 빗줄기는 마침내 산성화되어 공포의 적이 되고 있으니, 지금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가를 보라.

  자연은 너그럽지만 그 인내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자연은 말이 없지만 어느새 그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들 인간의 육체는 비틀어지고 정신은 몽롱하여 마침내 우리가 누릴 생명의 기쁨 말없이 사라지게 됨을 알아야 한다. 자연의 너그러움과 자연의 말없음만을 믿어 우리가 저지르는 폭력과 죄악을 자각하지 못할 때 어느 날 우리 앞에 문득 다가 설 저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참혹함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이 당장 우리가 직면한 우리들 자신의 절박한 현실 문제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믿고 있던 우리의 춘천을 보라. 우리가 몸 담구고 놀아야 할 소양강의 물빛은 지금 어떠하며, 웃으며 좋아라 뱃놀이하는 공지천 물밑의 흙빛은 과연 어떠한가. 물속의 풀잎들은 살아 있는가. 물고기들은 제대로 호흡을 하며 노닐고 있는가. 그리하여 우리들의 상수원은 믿을만 한가. 중앙로 가로수 잎을 덮고 있는 어두운 그림자는 무엇이며, 공지천 아침 공기 속을 떠도는 검은 티끌의 나부낌은 무엇인가. 그리하여 우리의 폐 속으로 스며드는 공기는 정말로 맑고 깨끗한가. 우리는 과연 죽어가는 자연, 썩어가는 환경, 우리 춘천의 신음소리를 그대로 듣고만 있어도 괜찮은가. 생명마저 위협하는 오늘의 사태를 과연 모른 척 해도 그만인가. 시급한 일이 아니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늑장을 부려도 되는가. 더 이상의 문제는 없는가.

  오늘 춘천환경운동연합의 창립은 바로 우리의 자연, 우리의 환경, 우리의 춘천을 되살리고 지키기 위한 피어린 자각에서 비롯된다. 이제 우리는 더 머뭇거릴 수 없다. 더 머뭇거리다가는 영원히 회복할 수 없는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만다. 시민들이여, 모두 일어서라. 밖으로 나와 지금 무엇이 썩어가고 무엇이 죽어 가는지를 솔선 확인하라. 그리고 우리의 생명에 접근되어 있는 저 어둡고 검은 그림자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판단하라. 그리하여 우리의 자연, 우리의 환경, 우리의 춘천을 살리고 지키는 현명한 실천력을 도모하라. 몸으로 이바지하고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과감한 행동력을 강구하라. 자연은 우리들 삶의 토대이며 우리들 생명의 근원이니,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죽은 것 되살리고 살아 있는 것 지키기 위하여 이에 시민의 이름으로 춘천환경운동연합의 창립을 엄숙히 선언한다.

1993. 11. 12

춘천환경운동연합 창립회원 일동